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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시아의 오늘

이주노동자에게 파업권을!

베트남 건설이주노동자들의 생존권적 파업에 불법의 굴레를 벗겨라!

현재 10명의 베트남 건설이주노동자들이 불법파업으로 인한 업무방해와 폭력행위를 주도한 혐의로 재판을 받고 있다. 이들 노동자들이 일을 했던 인천 태흥건설산업에서 이들을 상기와 같은 혐의로 고소한 것이다. 우리는 이 사건을 접하며 어떻게 이러한 혐의들이 이들 10명의 베트남 건설이주노동자들에게 덧 씌워지게 된 것인지 찬찬히 살펴보았다.

우선, 검찰과 사측에서 주장하는 베트남 노동자들이 행하였다는 불법파업이 무엇인지부터 살펴보자.

인천 태흥건설산업의 인천신항 컨테이너 하부축조 공사장에서 일을 하는 180여명에 달하는 베트남 건설이주노동자들은 야간조와 주간조로 각 90명씩 나뉘어 물막이 구조물 제작의 철근 작업, 콘크리트 타설, 미장 작업을 하였다. 이러한 업무는 건설과 관련된 노동에서도 그 업무의 강도가 매우 중한 작업들에 속한다. 이러한 과중한 업무를 하고 있음에도 고용허가제 건설업노동자로 입국한 이들 노동자들의 임금은 최저임금 수준일 뿐이었다.

게다가 사측에서는 하루에 1끼의 식사만을 제공할 뿐, 아침과 저녁식사에 해당하는 식대를 끼니당 4,000원씩, 매일 8,000원을 공제해갔다. 노동자의 급여에서 식대로 공제되는 금액은 한 달에 약 24만원에 달했다. 또한 사측에서는 정해진 식사시간에 늦게 내려오는 노동자들에게 불이익을 주기도 하였다.

이러한 상황에 처하여 180명의 베트남 노동자들은 급여에서 식대로 공제되는 금액이 너무 크고, 식사의 질이 매우 열악하다는 이유로 2010년 7월 22일부터 4일간 자발적이고 우발적인 생존권적 파업을 하게 된 것이다.

그러나 노동자들의 업무중단이 있은 후에도 사측의 행태는 변하지 않았다. 이후 사측에서는 종래에 정상근로시간 8시간과 초과근로시간 4시간을 합한 12시간으로 근무시간으로 인정해주던 것을 베트남 노동자들이 일을 열심히 하지 않는다는 이유로 1시간을 제외하고 11시간만을 인정하는 것으로 바꾸었다.

이에 일부의 노동자들이 근무시간에서 1시간을 공제하는 것이 부당하며, 일요일에는 쉬게 해달라며 사측에 정당한 문제제기를 하였고, 사측에서는 이들 노동자에게 해고하고 노동부에 신고하여 베트남으로 돌려보내겠다는 협박을 하였던 것이다. 이러한 행태는 고용허가제로 입국한 모든 노동자들에게 사용주 측이 전가보도처럼 휘두르는 협박의 수단이다.

이에, 사측의 비인간적인 행태에 문제의식을 가진 동료 노동자들이 사측에 항의를 하며 2011년 1월 9일부터 1월 10일까지 업무를 개시하지 않은 것이다.

이것이 사측과 검찰이 주장하는 불법파업으로 인한 업무방해의 전모이다. 고된 건설현장에서 법으로 정해진 주휴일에도 쉬지 못할 뿐 아니라 쥐꼬리만한 월급에서 24만원의 과도한 식대를 공제하고, 그것도 모자라 초과근무시간에서 1시간을 제외되게 되는 상황에서 베트남 노동자들은 사측의 비인간적인 행태에 너무나도 인간적인 호소를 한 것에 불과한 것이다. 그럼에도 사측에서는 업무방해로 이들 10명의 베트남노동자를 고소하며 업무방해로 인한 피해액으로 1차 파업시 10억 3,500만원, 2차 파업시 1억 900만원, 도합 11억 4,400만원의 손해를 입었다고 주장하며 이들 노동자들을 옥죄고 있는 것이다.

그렇다면 10명의 베트남 노동자가 이러한 폭력행위를 통해 이러한 파업을 주도하였다는 혐의에 대해 살펴보자.

검찰에서는 파업을 주도한 10명의 베트남 노동자가 숙소인 모텔 앞 주차장에서 회사로 출근하는 노동자들을 감시하여 나머지 170여명의 노동자의 출근을 저지하는 등의 방법으로 공사업무를 지연시켜 위력으로 공사업무를 방해하였으며, 파업에 참여하지 않는 노동자에게 폭력을 행사하였다고 주장하고 있다.

그러나, 검찰에서 제기하는 폭행사실은 10명의 베트남 노동자 중 일부가 동료들 간의 사적인 시비로 발생한 사건일 뿐 업무중단과 직접적인 관련이 없을 뿐 아니라, 한국인 노동자와의 폭행건은 노동자 중 1인이 직접적인 신체접촉이 없이 사소한 오해로 인해 작업화를 한국인 노동자 향해 던진 사건에 불과하다. 또 다른 베트남 노동자와의 폭행건 또한 노동자중 일부가 동료들 간의 사적인 시비에서 발생한 마찰로 직접적인 폭행이 발생하지도 않는 사건이다.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상기한 사건들은 당사자 간의 합의로 인해 종결되었거나, 당사자 간의 화해를 통해 이미 해결되었던 사건이라는 것이다. 이러한 폭행사건이 발생한 이후에도 사건의 당사자들은 장기간 동안 함께 근무하며 아무런 추가적인 문제제기를 하지 않았던 점이 이를 반증하고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검찰 측은 이 사건들이 이들 노동자 10인이 폭력행사를 통해 파업에 참여하지 않는 노동자를 위력으로 제압하여 불법파업을 조직하였다는 정황으로 주장하며 이러한 혐의를 들씌우고 있는 것이다.

사건이 정황이 이러함에도 지난 5월 26일 결심공판에서 검찰은 이들 노동자들이 폭력행위를 통해 불법파업을 주도하였다는 혐의로 2명의 노동자에게는 징역 3년, 1명의 노동자에게는 징역 1년 6개월, 6명의 노동자에게는 징역 1년, 나머지 1명의 노동자에게는 징역 1년에 집행유예 2년을 구형하였다.

노동자들은 기계가 아니다. 노동착취에 정당한 문제제기를 할 권리가 있는 노동자이자 사람이다. 살아 숨쉬는 사람으로서 감정을 가지고 있고, 그 감정을 표출할 수 있는 피와 땀과 눈물을 가진 인간인 것이다. 우리는 노동자의 권리를 알고 있다. 그것은 근로기준법에 적혀 있는 문구 이상의 것이다. 그것은 인간으로서 자존을 지켜며 당당하게 살아갈 수 있는 권리인 것이다. 그러나 검찰과 사측은 노동자들을 녹슬면 버려버리면 그만인 기계로 취급한다. 기계로 살아가라는 굴종을 강요한다. 베트남 노동자들의 생존권적 파업은 더 이상 우리를 기계로 취급하지 말라는 절박한 외침인 것이다.

이에, 우리는 이주노동자의 생존권적 투쟁에 불법의 굴레를 씌우는 검찰과 180여명의 이주노동자의 피땀을 착취하고 이들의 정당한 요구를 묵살하여 사태를 이러한 지경으로까지 몰고 간 사측의 행태를 규탄함과 동시에 이번 사건의 사회적 함의에 주목하여 재판부가 현명한 판결을 내리기를 촉구한다.

2011. 6.1

건설산업연맹 민주노총인천지역본부 인천지역이주운동연대 이주공동행동