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이주노동

경제위기의 희생양 이주노동자 이 세 기 일이 없는 이주노동자 누구에게나 고비가 있다. 험난한 세상의 파고를 넘는 일이 어찌 수월하겠는가. 이주노동자도 예외는 아니다. 이역만리에서 가족과 헤어져 홀로 고된 이주노동을 견디며 간난신고(艱難辛苦)를 넘는 일이 녹록지만은 않다. 아밀라(26세, 스리랑카)씨는 요즘 조바심이 부쩍 늘었다. 구직기간 만료가 2주 앞으로 다가왔기 때문이다. 재취업 기간 내에 새 직장을 구하지 못하면 강제출국 대상이 된다. 백방으로 구직을 위해 돌아다녔지만 헛수고였다. 그는 직장을 구하기 위해 의정부, 평택, 원주 등 안 다녀 본 곳이 없다. 웬만한 고용지원센터는 거의 찾아 다녔지만 번번이 헛걸음이 되고 말았다. 어떤 날은 오전부터 오후 늦게까지 고용지원센터에서 대기도 해보았지만 일거리가 없어 되돌아와야 했다. 구.. 더보기
왕평의 새해맞이 흰 눈이 내렸습니다. 모처럼 센터에 들어오는 눈길을 빗자루로 쓸었습니다. 센터 사랑방이 있는 옥탑이라는 곳. 알고보면 이주의 고뇌가 숨쉬는 곳이지요. 이주노동, 난민, 유랑, 디아스포라, 이주, 신산고초한 삶들이 저 문을 통해 들어옵니다. 제가 아는 왕평이라는 분이 있습니다. 이 분은 화교입니다. 피붙이 하나 없어 함께 지낼 가족이 없는 왕평씨는 지하도 등지에 누에처럼 엎드려 구걸을 하며 생활을 합니다. 어느날 흰 가래떡을 가지고 와서는 떡국을 끊여 먹는 것이었습니다. 그 분 나름의 새해맞이 이지요. 한 살 더 먹는 다는 것은 떡국을 끊여 먹는 일이기도 하지만 신산한 삶이 고요하게 수저를 들고 잠시 떡국 앞에서 치욕을 감내하는 일이 아닐까 생각해봅니다. 디아스포라 기행 카테고리 시/에세이 지은이 서경식 .. 더보기
귀환 이주노동자 리아 이야기 1. 리아가 사는 섬 우기가 막 시작된 필리핀 세부(Cebu) 막탄공항에 내리자 열대야의 후덥지근한 날씨가 기다렸다. 자정을 넘은 시간, 차를 타고 보홀(Bohol)행 배가 떠나는 항구까지 이동했다. 필리핀 사람들은 밤잠이 없는지 새벽으로 가는 시간인데도 어둑한 거리에 사람들이 서성인다. 삼삼오오 대부분 젊은이들이다. 새벽 2시. 항구의 여객선 터미널에는 정문을 지키는 경비와 몇몇의 필리핀 사람들이 대합실 의자에 잠들어 있다. 밤샘을 할 요량으로 매표소 앞 맨바닥에 돗자리를 깔고 드러누웠다. 하지만 초행길인 탓도 있지만 사람들의 오가는 발길로 잠이 오지 않는다. 간간이 항구에는 배가 들어와 여행객을 풀어 놓는다. 여느 객선 터미널과 다를 바 없다. 소란이 멈추고 여행객이 썰물처럼 빠져나가자 또 다시 정적.. 더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