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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시아의 오늘

아시아 문학은 가능한가


亞 교통관문 인천 … 문화관문 역할 '장밋빛'
"유럽은 세계의 일부" 편향된 문학체계 지적
"아시아 문학이 고유 정체성 형성할 수 있나"
性·소수민족 차별현실 등 다룰 필요성 제기
 
인천문화재단 목요토론회
아시아 문학의 만남
 
지난 18일 오후 4시 인천문화재단에서는 '아시아 문학의 만남'이란 주제로 목요토론회가 열렸다. 이날 토론회에는 아시아 문학 담론의 대표주자인 김재용 원광대 한국어문학부 교수가 '세계문학으로서의 아시아 문학'이란 내용으로 발제를 했으며 인천작가회의 아시아문학위원회 위원장인 이세기 시인과 실천문학 편집위원이자 평론가인 오창은씨가 토론자로 참여했다.
최근 우리나라에선 아시아문학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고 있다. 지난 5월 포항에서 개최된 아시아문학포럼에서 아시아문학에 대해 집중 조명됐으며 서구로 향해 있던 우리 문학계의 시선이 아시아를 향하고 있다. 인천에서는 지난 8월 초 인천작가회의에 아시아문학위원회가 구성 발족되며 활동에 들어갔다. 이번 토론회는 아시아 문학의 발전적 대안에 대한 토론장이었으나, 인천의 아시아 문학 중심지로서의 가능성을 타진하는 자리이기도 했다. 이날 토론회를 발췌해 지상 중계한다.

김재용 원광대 한국어문학부 교수
#. 유럽 중심주의적 세계문학을 넘어
김재용 교수는 "아시아인들을 지배해온 유럽 중심주의적 세계문학의 틀이 허물어지고 있다"는 도전적인 선언을 꺼내놓으며 유럽 중심의 문학에 대한 날을 세웠다. 그는 "유럽문학은 그냥 세계를 구성하고 있는 유럽 지방의 문학일 뿐"이라며 "유럽문학을 세계문학의 하나이면서 유럽 지방의 문학으로 되돌리는 일이 오늘날 지구상의 문학인들이 의식하든 의식하지 않든, 행하고 있는 일인 것"이라고 강조했다.
김 교수에 따르면 "19세기 초반만 하여도 유럽문학이 세계문학의 중심은 아니었으며, 유럽문학이 세계문학의 중심이 된 것은 유럽중심주의가 전 지구를 휩쓸기 시작하던 19세기 중반 무렵이었고, 이때를 기점으로 유럽문학을 세계문학의 중심으로 놓고 이를 잣대로 삼는 태도가 탄생했다"고 말했다. 김 교수는 "19세기 중반 근대성을 기반으로 한 유럽중심주의가 이제는 효력을 잃은지 오래며, 19세기 중반 이후 본격적인 문학을 생산하지 못한 유럽 문학이 그 문학적 공백을 라틴아메리카, 아프리카 등지에서 찾아왔다"고 덧붙였다.
하지만 "현재 유럽은 문학을 예전과 같이 생산하지 못함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세계문학의 담론을 관리하고 있으며, 아시아를 비롯한 비서구 지역에서 나오는 문학을 자신의 관점에서 해석하면서 그 해석의 주도권을 놓치지 않고 있다"고 유럽 중심주의적 세계문학 체제를 지적했다.

오창은 실천문학 편집위원·평론가
#. 아시아문학의 후발성 이유는 무엇인가
김 교수는 "오늘날의 세계문학에서 아시아 문학은 떠오르는 별로 주목받고 있다"고 강조했다. 그런데 "구미지역에서 아시아문학을 이렇게 적극적으로 평가하기 시작한 것은 1960년대 이후 라틴아메리카 문학과 이후 아프리카문학이 서구문학계에서 각광을 받던 것에 비하면 아주 늦은 일"이라는 것이다.
김 교수는 라틴아메리카와 아프리카 문학에 비해 아시아문학이 뒤늦게 평가받는 이면에도 역시 유럽 중심주의가 자리잡고 있다고 강조했다.
그는 "유럽인들은 아시아인들을 유럽식으로 타자화시키고 있는 경향이 있다. 반면 아시아문학은 유럽의 입맛, 취향, 해석 즉 유럽의 선택과 배제의 전략에 무방비로 노출돼 있고 유럽의 시각에 의해 아시아문학은 왜곡되고 있다. 이는 곧 식민주의의 존속이고 유럽중심주의다"고 강조했다.
언어적 문제, 번역의 문제도 아시아문학의 후발성의 한 이유다. 그는 "스페인 등 유럽국가의 식민지 였던 라틴아메리카의 문학은 대부분 스페인어나 포르투갈어이기 때문에 유럽인들이 접근하기 매우 용이하며, 이는 아프리카 문학도 마찬가지"라고 말했다. "대다수 아프리카 국가는 영국과 프랑스의 식민지였던 탓으로 영어와 프랑스어로 작품을 쓰고, 때문에 유럽인들이 아프리카 작품을 쉽게 구해 읽을 수 있고 공감할 수 있다"는 것이다.
김 교수는 "반면 아시아 대부분의 나라들은 구미의 식민지를 경험했음에도 불구하고 대부분 자기 나라의 언어를 고수하고 있고, 자기 나라의 언어로 문학을 하고 있다"며 "이는 아시아가 자신의 유구한 역사와 문학의 전통성과 독창성을 유지해 온 것"이라며 이에 대해 주목할 것을 주문했다.
특히 아시아의 식민지 경험, 즉 아시아의 근대 경험이 서구세계, 유럽과 매우 다른 점에서 아시아문학의 정체성을 찾아야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세기 시인
#.아시아문학 담론 개발해야

김 교수는 아시아문학의 세계화, 중심화를 위해선 우선 "유럽 중심주의, 유럽문학 중심주의에 대항해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유럽에서 조명받고 있는 인도, 아랍 출신의 작가들이 유럽의 눈치를 보고 있는 상황이며, 이는 한국을 포함해 아시아권 전반의 문제"라고 지적했다.
또한 "유럽은 정작 선택과 배제의 원칙으로 아시아 문학을 재단하고 있는데 정작 아시아 작가, 문학인, 비평가들은 아시아 작가를 모르며, 아시아를 모른다"고 지적했다.
김 교수는 "유럽인들이 만들어놓은 거울에 노출된 아시아문학을 올바르게 세우려면 아시아 작가들의 소통과 연대, 네트워크가 절실하다"고 강조했다. 특히 그는 "유럽인들이 아시아를 해석하고 만들어내는 담론과는 다른 아시아문학의 담론을 개발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와 관련해 오창은 평론가는 "아시아 문학이 하나의 정체성을 형성할 수 있는 것인지, 아니면 아시아 문학도 여러 개별 문학의 합으로 존재해야 맞는 것인지 이야기 해 볼 필요가 있다"며 "유럽문학과 아시아문학의 관계에서 촉발해, 아시아문학의 내부에 대한 문제제기로도 이어져야 한다"고 아시아문학의 정체성 유무에 관한 근본적인 질문을 던졌다.
이세기 시인은 "아시아 담론은 그 중요성을 아무리 강조해도 지나치지 않으며, 우리의 삶과 '오늘의 아시아를 보자'라는 담론을 덧붙이고 싶다"며 "63만명의 이주노동자와 130만명의 외국인이 포함된 우리 삶 속에는 이미 아시아문학이 고착화되고 있다"고 말했다.
이세기 시인은 "하지만 우리는 아시아인임에도 우리사회는 반아시아적 관념이 형성되고 반아시아적 정서가 내면화되는 등 우리사회에 쌍방향적인 다문화주의가 형성되고 있지 못한 채 서구적인 다문화주의가 강요되고 있다"며 아시아문학 담론 개발을 위한 전제조건으로 아시아적 가치관과 아시아적 정체성을 찾을 것을 주문했다.

#. 인천, 아시아문학의 중심지로 가능한가
김재용 교수는 "우리나라는 아시아문학의 중심으로서 여건과 위상이 좋다. 중국과 일본에 대한 여러 아시아 국가, 문학인들의 반감과 불안감이 큰 데 비해 우리를 향한 시선은 그렇지 않기 때문이다. 또 우리나라의 경제력과 국가적 힘, 위상 등은 경제 대국인 일본과 군사 대국인 중국과 달리 적정한 수준으로 아시아 문학의 마당을 펼쳐놓고 만드는데 기회로 작용한다"고 말했다.
또 "인천은 국제공항이 위치한 아시아의 교통 관문인데, 이로 인해 문화적인 관문 역할을 할 수도 있을 것이다"며 "우리나라에서 아시아적 담론, 아시아문학 담론을 실현하기 위한 도시가 1~2군데 정도에 지나지 않는데, 그 중 인천이 한 곳이다"고 아시아문학 담론의 중심지로서의 인천의 가능성을 내다봤다.
이세기 시인은 "우리가 아시아문학을 본격적으로 다루고 실현하기 위해선 아시아문제를 현실적으로 다룰 필요가 있다"며 "성차별, 소수언어민족차별, 빈곤, 아동문제 등 인류보편적 문제가 아시아에서 진행되고 있다는 점에 집중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조혁신기자 blog.itimes.co.kr/mrpe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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