흰 눈이 내렸습니다.
모처럼 센터에 들어오는 눈길을 빗자루로 쓸었습니다.
센터 사랑방이 있는 옥탑이라는 곳.
알고보면 이주의 고뇌가 숨쉬는 곳이지요.
이주노동, 난민, 유랑, 디아스포라, 이주, 신산고초한 삶들이 저 문을 통해 들어옵니다.
제가 아는 왕평이라는 분이 있습니다.
이 분은 화교입니다.
피붙이 하나 없어 함께 지낼 가족이 없는 왕평씨는
지하도 등지에 누에처럼 엎드려 구걸을 하며 생활을 합니다.
어느날 흰 가래떡을 가지고 와서는
떡국을 끊여 먹는 것이었습니다.
그 분 나름의 새해맞이 이지요. 한 살 더 먹는 다는 것은
떡국을 끊여 먹는 일이기도 하지만
신산한 삶이 고요하게 수저를 들고 잠시 떡국 앞에서
치욕을 감내하는 일이 아닐까 생각해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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