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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주문제자료실

고용허가제 개정에 따른 문제점을 진단한다


지난 6월, 노동부는 이주노동자들이 적용받고 있는 고용허가제의 일부 내용을 개정한다고 밝혔다. 개정안은 가을 정기국회에 제출되어 통과를 기다리고 있다. 노동부가 발표한 개정안의 내용을 보면, 사업주의 고용편의 만을 고려하고  이주노동자의 노동환경은 오히려 후퇴하고 있어 많은 우려를 낳고 있다. 현대판 노예제도라는 비판을 면치 못했던 산업연수제의 재판이 될 우려가 커지고 있다.

-근로계약 기간을 1년에서 3년으로 변경
고용허가제는 원칙적으로 이주노동자의 사업장 이동을 금지하고 있다. 하지만 개정 고용허가제에서는 근로계약 기간을 1년에서 3년으로 변경을 시도하고 있다. 이는 이주노동자의 노동권을 금지하는 것으로 사업장 이동제한으로 인한 인식구속과 강제노동이 증가될 가능성을 높이고 있다. 지금까지 1년 이상의 장기계약을 체결할 경우 1년 계약 후 계약갱신거절을 이용하여 사업장 변경을 했던 것도 많은 문제점을 야기 시켰는데, 아예 사업장 변경의 기회를 박탈하겠다는 것은 강제근로와 인권침해의 가능성을 높이게 된다.

고용허가제의 가장 큰 독소조항인 ‘사업장변경 원칙적 금지’로 인한 인권침해, 노동권 침해다. 더구나, 현지에서 노동자에게 사업장에 대한 정보가 충분히 제공되지 않는 상황에서 노동자의 선택결정권은 보장되기가 힘든 것이 고용허가제의 현실이다. 이렇듯 여러 실태조사에서 드러난 문제는 그대로 둔 채 근로계약기간만을 개정하는 것은 더욱더 큰 문제를 야기할 게 분명하다.  


-재고용 3+3(6년)에서 3+2(5년)로 변경  
3년의 취업기간 후 출국 해 다시 들어와 3년을 더 일할 수 있었던 재고용 조건을 3년 후 2년 미만 동안 출국하지 않고 계속 근무 하는 것으로 재고용을 제도를 개정하겠다고 한다. 재고용에 대한 모든 권한이 사업주에게만 있어 발생하고 있는 노동조건 악화 등의 인권침해 문제가 전혀 고려되지 않았다. 재고용, 재입국을 조건으로 전보다 더 악화된(임금 하락, 장시간 노동시간 등) 조건의 근로계약을 체결할 것을 강요받고 있는 이주노동자들의 입장은 개정안에 없다. 재고용 계약의 권한을 이주노동자에게도 마땅히 부여해야 한다. 이는 고용허가제의 근본적인 문제 중 하나다. 그리고 그 기간이 6년에서 5년으로 축소된 것에 대해 많은 이주노동자들이 반발하고 있다.

출국기간 폐지로 가족과의 생이별 5년으로 늘어날 것은 명약하다. 개정안은 재고용 시, 1개월의 출국기간을 폐지한다고 밝히고 있다. 중소제조업체의 짧은 휴가로 인해 고용허가제 하의 대다수 이주노동자들이 3년을 기다려 이 재고용 출국기간을 이용해 고향 방문을 하고 있다. 가족동반이 금지된 이주노동자들에게 출국기간 폐지는 가족과의 생이별 기간을 3년에서 5년으로 늘리는 일이 될 것이다. 물론 출국 후 재입국하지 못할 거라는 불안감으로 출국기간 폐지에 대해 찬성하는 이주노동자도 있을 것이다. 그러나 일방적인 출국기간 폐지는 고향에 다녀오는 것에 대한 이주노동자 본인의 선택권을 박탈하는 것이다.  

-사업장 변경을 위한 구직기간 2개월은 그대로
구직기간 2개월은 미등록 이주노동자(불법체류) 양산 초래하고 있다.  전에 일하던 업체와의 계약 종결 후 새로운 사업장을 구하는 기간을 2개월로 한정하고 있다. 그 기간 내에 일자리를 찾지 못하면 미등록(불법체류)이 된다. 거의 예외 없이 적용되는 이 기준으로 인해 많은 수의 이주노동자들이 미등록자가 되고 있다. 한국의 경제상황, 새 직장의 비협조, 혹은 개인사정 등으로 발생할 수 있는 문제를 해결하기에 2개월은 너무 짧다. 기존의 2개월을 그대로 유지하고 있는 구직기간을 최소 3개월 이상으로 늘려 미등록이주노동자들이 발생하는 경우를 최소화해야 할 것이다.

-사업장 변경 허용 사유 추가
독소조항은 그대로 유지한 채 사업장 변경 허용 사유 추가는 개정의 정당성이 될 수 없다. 개정안에 ‘임금체불 등 노동관계법 위반 또는 현저히 부당한 사유로 인하여 근로계약의 유지가 어려운 경우’ 사업장 이동이 가능하다는 조항이 추가되었다. 그동안 사업장변경에 있어 ‘노동관계법’ 위반의 경우 사업주의 고용허가 취소사유임을 주장하여 사업장변경을 요청하였던 것에 비해 위 조항이 추가됨으로서 사업장변경이 용이해진 측면이 있음은 분명하다. 그러나 원칙적으로 사업장 변경을 금지해 인권침해의 수단이 되고 있는 독소조항의 폐지 없이 우회적으로 시행되었던 부분을 신설해 인권침해 개선이라며 호도하고 있다.  이주노동자 의지에 따른 사업장 변경 금지와 횟수 제한은 반드시 폐지되어야 한다.

-대행기관 지정과 수수료 징수
이번 개정의 주요 내용 중 하나는 대행기관의 지정과 대행수수료 제도를 운영하겠다는 것이다. 현대판 노예제도로 불리던 산업연수제가 떠오르는 대목이다. 이는 애초에 합법적이고 투명한 고용관리체계를 마련하겠다던 고용허가제의 도입취지를 무색케 하는 내용이다. 공식적인 행정절차를 지원하는 고용지원센터 같은 기관들이 있음에도 대행기관을 지정하여 불필요한 수수료를 징수하는 것은 불합리하고 소모적이다. 중기협과 같은 이익집단들의 로비로 만들어진 대행기관의 지정과 수수료 징수는 이주노동자들의 송출비용은 물론이면 사업주가 부담해야 하는 고용의 비용을 늘리는 것일 뿐이다. 이는 이주노동자에게 송출과 고용에 따른 부대비용만 과다하게 증가하는 요인이 되고 대행기관의 노예제도식의 관리방식과 인권침해가 예상되고 있어 심각한 문제를 가지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