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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디어 '오늘'

다문화사회와 이주 인권

다문화사회와 이주 인권
이세기


한국사회에 이주노동이 시작된 지 20여 년이 지나고 있다. 공식적인 도입을 통해 이주노동자가 들어온 지도 15년이 넘었다. 이제 120만 명의 이주민 시대를 맞아`‘이주노동자’에서`‘다문화사회’로 키워드가 바뀌고 있다. 이에 따라 다문화가정, 결혼이주여성, 이주아동, 한부모가정 증가 등 이주 과정에서 발생하는 문제들이 새롭게 나타나고 있고, 이에 대한 대비책이 시급하다는 목소리가 높아졌다.
「유엔미래보고서」에 따르면, 한국의 국제결혼율이 현재 10%를 넘어섰으며, 2050년에는 이민자와 자녀들의 숫자가 전체 인구의 21.3%에 이를 것으로 전망된다. 한편 다문화가정 증가와 취학 연령이 된 다문화가정 아동들이 급속히 증가하여 전국적으로는 2007년에 1만 3,445명(미등록 이주노동자 자녀 제외) 2009년 말 2만 8,000명으로 추산된다. 특히 다문화가정 자녀의 70%가 고등학교에 다니지 않고 있으며, 학교를 그만두는 경우가 초등학생 15.4%, 중학생 39,7%, 고등학생 69.6%으로 나타났다. 학년이 올라갈수록 이들이 겪는 어려움이 크다는 것을 보여준다.
지난해 결혼이민자는 16만 7,090명으로 2008년 11만 7,392명 대비 42.3% 증가 추세를 보였다. 총 결혼 건수 중 국제결혼 건수의 비율은 평균 12%로 3만 6,200건에 달하고 농촌 지역은 40%에 이르며, 결혼하는 10쌍 중 1쌍이 국제결혼이다. 그러나 문화적 차이에 따른 갈등과 저소득에 따른 경제적 어려움의 가중으로 국제결혼 커플의 이혼도 크게 늘었다. 2004년에는 전체 이혼 중 국제결혼 이혼이 차지하는 비중이 2.4%에 불과하였으나, 2008년에는 9.7%에 달해, 이혼하는 10쌍 중 1쌍이 국제결혼 커플이다. 특히 2005년 보건복지부의 결혼이민자 실태조사에 따르면, 전체 결혼이민자 가구 중 소득이 최저생계비 이하인 가구가 52.9%인데도 불구하고 기초생활보장 수급 가구는 13.7%에 불과하다.
법무부의 집계에 따르면, 2009년 5월 현재 우리나라에 체류하는 외국인은 약 115만 명으로 2000년 말 49만 명보다 2배 이상 늘었다. 주민등록 인구의 2.2%이며, 2008년을 기준으로 24.2% 증가했다. 특히 외국인 유학생과 이주노동자 인구의 급증이 눈에 띈다. 9월 말 현재 주한 외국인 유학생은 8만 2,000명에 이르러 2003년 말 9,700명보다 10배 수준으로 급증했다. 2004년 고용허가제 시행 이후 외국인 고용자도 크게 늘어 2009년 말, 55만여 명의 이주노동자가 한국에 살고 있다. 하지만 우리나라의 다문화 포용성은 몇 년째 세계 꼴찌 수준이다. 스위스 국제경영개발원IMD이 조사한 한국의 외국문화 개방도 순위는 지난해 전체 55개국 중 55위, 올해는 57개국 중 56위였다. 이 보고서는 외국인 급증과 함께 적응하지 못하는 외국인도 늘면서 사회 문제를 야기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침해받는 이주노동자 인권
2004년 8월, 고용허가제가 시행되면서 한국은 이주노동자의 권리를 법적으로 인정한 최초의 아시아 국가가 되었다. 이로써 이주노동자들은 한국의 국내법상 내국인 노동자와 동등한 노동권, 임금 및 보험 적용을 받게 되었다. 하지만 고용허가제 시행 5년을 맞는 현재, 한국의 이주노동자들은 여전히 인권침해의 위협에 시달리고
있다.
국제앰네스티`‘한국 이주노동자 인권보고서’인 「일회용 노동자: 한국의 이주노동자 인권 상황」에 따르면, 적잖은 이주노동자들이 임금체불과 임금차별을 받고 있으며 사업장 이동의 부자유로 미등록 이주노동자가 양산되고 있다. 작업장에서 안전 장비를 제대로 지급하지 않고 있으며 고용주들은 여전히 언어적, 신체적 학대는 물론 여권과 근로계약서 등 공적 문서를 압류하고 있다고 공개했다. 또 안전하지 못한 작업장에서 매년 1,000명이 넘는 이주노동자가 산업재해를 당한다고 한다. 뿐만 아니라 이주노동자 3명 중 1명인 여성 이주노동자들이 직장 내 성폭력으로 고통받고 있으며, 미등록 이주노동자의 경우 고용허가제 도입으로 사업장 변경 불허 등의 이유로 추방당했고, 이들의 체포와 구금, 추방에 이르는 과정에서 많은 인권침해가 발생한다고 지적했다.
한편, 현행 고용허가제의 악소 조항인 사업장 이동 3회 및 구직기간 제한 등으로 많은 이주노동자들이 미등록자로 전락했으며, 이에 따라 국제앰네스티는`‘이직 제한을 폐지하고 고용주의 의사가 있어야 근로 기한을 늘려주는 규정을 없애야한다’고 지적했다.`‘노동 착취가 없도록 정부가 근로 감독을 강화하라’고 촉구하고,` ‘모든 이주노동자와 그 가족의 권리보호에 관한 국제협약’을 조속히 체결할 것을 요구했다.
실제로 지난해 우리 사회를 뜨겁게 달군 것 중에 하나는 네팔에서 온 이주노동자 문화활동가 미누(미노드 목탄, 38세)에 대한 추방이었다. 18년 동안 한국에서 이주노동자로 문화활동가로 활동해온 반半한국인이나 다름없는 미누의 강제추방은 한국의 인권 현황이 어떠한지를 보여준 사례다. 여기에 한국에서 오랫동안 문화 활동을 해온 단비르 하산 하킴(방글라데시, 33세), 범 라우티(네팔, 44세) 등 이주노동자 문화활동가들의 추방이 이어졌다. 이들은 대개 한국에서 10년 이상 살아온 이주노동자이면서 가수, 시인, 아동작가 등으로 활동하며 이주노동자의 아픔을 노래한 문화활동가였다.
미누는 20세에 한국에 와서 18년간 살면서 이주노동자로 구성된 록밴드 스톱크랙다운Stop Crack-Down의 보컬리스트로 활동했다. 하킴은 인천의 가좌동에서 16년간 이주노동자로 생활하면서 이주노동자의 아픔을 시로써 노래했던 시인이었다. 그는`‘아시아문학의 밤’이나`‘아시아 책 나눔’ 등에서 이주노동자의 사랑과 비애를 주제로 시낭송을 통해 아시아문학을 소개하는 데 앞장섰다. 범 라우티는 네팔의 현실을 그린 『돌 깨는 아이들』(도서출판 작가들)이라는 어린이 동화책을 쓴 아동작가이기도 하다.
이들의 추방과 관련해서 중요한 것은 국적 중심의 근대적 시민권 개념이 오늘날 세계화 시대에 여전히 유효한가를 따지기 이전에, 미누와 하킴, 범 라우티 등이 양심적이고 성실하게 노동하면서 살아왔던 우리의`‘이웃’이었다는 사실이다. 비록 이주노동자의 신분이지만, 문화발전에 이바지한 이들의 강제추방은 시민권 확대와 정주권 확대라는 측면에서 우리에게 과제를 안겨준 사건이었다.
2008년 3월, 이명박 대통령은 법무부 업무보고에서 “불법체류 노동자들이 활개치고 돌아다니게 해서는 안 된다”고 말했다. 법무부는 즉시`‘불법체류자 감소 5개년 계획’을 수립하고 특별대책단을 구성, 전국 16개 출입국관리소에 단속 인원을 할당하는 등 대대적인 단속을 펼쳤다. 또 국가경쟁력강화회의에서 법무부, 경찰, 노동부 등이 매년 상—하반기 두 차례에 걸쳐 합동단속을 실시하기로 했다. 이러한 정부의 강경한 방침은 2008년에 이어 지난해에도 약 3만 명의 미등록 이주노동자를 강제추방으로 내몰았다. 이 과정에서 검거할당제와 합동단속 등에 따른 무리한 단속은 필연적으로 폭력과 인권침해를 수반하게 된다. 2009년 4월, 대전에서는 출입국관리사무소 직원이 여성 이주노동자를 단속하는
과정에서 폭행하는 장면이 비디오에 촬영되어 공개되었다. 7월에는 수원출입국관리사무소 소속 단속반원들이 안산 이주노동자 거주지에 무단으로 들어가 ‘긴급보호취지’에 대한 설명이나 신분증 제시도 없이 단속하는 과정에서 이주노동자들이 폭행을 당하거나 윗옷이 벗겨지고 반바지만 입은 채 끌려 다니기도 했다.
국정감사 자료에 따르면, 2005년부터 지난해 8월까지 미등록 이주노동자 단속과정에서 3명이 숨지고 24명이 부상당했다. 부상자 발생뿐 아니라 이들에 대한 후속 치료도 제대로 이뤄지지 않고 있다. 한 예로 2008년 9월, 부천에서 버마
출신 미등록 이주노동자가 체포된 이후 가슴 통증을 호소했지만 적절한 치료가 이뤄지지 않아 구금된 지 13시간 만에 사망한 사건이 발생했다. 이주노동자노동조합은 “미등록 이주노동자를 악질 범죄자 다루듯 단속하고 비인권적으로 처우하는 것은 폭력”이라고 비판한 바 있다.
한편 이명박 정부가 들어선 뒤 국가인권위원회의 조직 약화와 보수 회귀로, 이주노동자의 긴급구제 등 인권침해 사례에 대한 대처가 위축될 우려를 낳고 있다. 이로 인하여 이주노동자 인권 지수는 하향세를 면치 못하고 있다.

빈껍데기뿐인 다문화 대책
한편, 이주민 100만 시대를 맞이하면서 한국사회가`‘다문화’로 술렁이고 있다. 지자제별로 각종 다문화관련 포럼이 봇물 터지듯 일어나고 있으며, 각 지자체와 구청에서 개최하는 다문화 관련 포럼, 다문화 공연, 음식 나누기 등 다문화 행사가 유행처럼 번지고 있다. 노상카페와 나라별 잔치마당 등은 행사의 들러리로 이주민을 동원해서 문화를 가장한 인종전시장을 방불케 한다. 이쯤 되면 일회성으로 끝나는 행사에`‘소리만 요란한 빈 수레’라는 쓴소리가 들릴만하다. 중복지원 사업에 따른 다문화 사업 이용자의 혼란 초래와 재원 낭비를 막기 위해 상시 정책 조율이 필요한 대목이다.
한편, 정작 결혼 이민자들에게 필요한 한국어 학습은 턱없이 부족한 실정이고,직업교육조차 연계되고 있지 못하다. 국적을 취득하지 않은 결혼 이주여성은 카드발급뿐 아니라 휴대전화도 자신의 이름으로 개설할 수 없는 처지다. 많은 이주관련 NGO단체들은 “불편하고 모욕을 주는 한국식 다문화가 이주민 입장에서 추진되기보다는 한국인의 혈통과 순혈을 위해 희생양으로 영혼 없는 이주민을 탄생시키고있다”며 문제점을 지적한다.
다문화가정지원센터에서 한국어를 배우는 태국의 암핀(27세)은 “한 반에 30~40명씩 되기 때문에 수업을 따라가기 어렵다”고 하소연했다. “한국어를 공부하기 위해 지원센터에 가지만 점심시간이면 밥 먹을 곳도 없어 로비에서 밥을 먹는 형편”이라며 열악한 시설을 꼬집는다. 중국에서 온 라이(23세)는 임신을 해서 집에서 한국어 지원을 받고 있는데, 자신은 그나마 사정이 좋은 편이지만 6개월 정도의 한국어 공부로는 겨우 의사소통이 가능한 수준이라면서 앞으로 닥칠 어려움에 한숨을 내쉰다.
다문화와 관련한 지원책이 없는 것은 아니다. 일회성과 생색뿐인 지원책이 문제인 것이다. 다문화가정, 다문화교육, 다문화강사, 다문화사업, 다문화강좌, 다문화축제, 다문화마을, 다문화감성, 다문화센터, 다문화정책, 다문화주의 등 이주인권단체 NGO활동가들은 “양적으로만 쏟아지는`‘다문화정책’이라는 허울 속엔 일방적인 동화의 강요만 있을 뿐, 상호 존중과 소통을 통해 질적으로 나아지는 열린사회로서의`‘다문화사회’는 없다”고 말한다.
결혼이민자의 증가로 그에 따른 대비책도 시급하게 요구된다. 결혼이주의 경우 한국계 중국인(조선족)과 중국 한족을 비롯한 동남아시아 여성들이 대부분으로 동남아시아 지역에서 이주의 여성화라는 특징을 보인다. 2000년 이후 결혼이주민은 2005년까지 증가추세를 보였으나, 2007년과 2008년에는 결혼문화의 사회적 문제가 대두되면서 주춤하다가, 2009년도에 다시 증가 추세를 보였다. 과거에는 주로 농촌 총각 장가보내기 운동을 계기로 농촌에 거주하는 이주민이 많았으나 최근에는 도시거주가 70%로 월등히 높다.
국제결혼이 증가하자 다문화가정의 조기정착 및 안정적 사회활동을 지원하기 위하여 결혼 이수제가 도입되었다. 하지만 일회성의 한국어 교육과 비효율적인 다문화이해교육으로 난항을 거듭하고 있다. 또 결혼이수제는 당사자 중심이 아닌 형식적인 요건만 갖추었을 뿐, 실질적인 혜택과 효과는 기대하기 어렵다는 비판이 일고 있다.
여기에는 결혼 이주여성을 위한 통합적이며 지속적인 보수교육과 직업 재활 등의 정착프로그램이 마련돼 있지 않는 것도 요인으로 꼽힌다. 기초적인 한국어 교육만으로는 결혼 이주민의 안정된 사회 정착이 어려울 수밖에 없다. 지난해 사회통합프로그램을 시행하기 위해 ‘다문화사회 전문가’가 양성되었지만 급작스럽게 추진된 감이 없지 않아 그 전문성 또한 의문투성이다.
상황이 이러한데도 이주민이 다문화사회 선전물로 등장하는 것이 예사롭지 않다. 각 지역 지자체를 중심으로 범람하고 있는 각종 다문화축제는 어딘가 모르게 이주민을 동원하고 대상화하는`‘전시 다문화’라는 느낌을 지울 수 없다. 생색과 구색 맞추기에 급급한 나머지 핵심이 빠진 것 같다. 요란한 잔치에 먹을 것 없는 꼴이다. 결혼이민자는 사회 참여의사가 높다. 각종 실태조사에 따르면, 이민자는 젊고 패기에 차 있으며 문화적 모험과 진취성이 남다르다. 이들을 위해 통합된 다문화 공간 마련이 시급하다.
다문화가정의 자녀는 한국 국적을 가진 국제결혼 가정의 자녀는 물론, 한국에 장단기 거주하는 외국인 가정의 자녀뿐 아니라, 미등록 외국인의 자녀까지 폭이 넓다. 현재 국제결혼 추이를 보면 다문화가정 자녀의 취학률이 급속하게 증가할 것으로 예측된다. 다문화가정 자녀 대부분은 한국어 능력이 부족하며, 부모의 문화적 배경이 달라 지식은 물론 정서와 생활 태도면에서도 일반 아동들과 현저한 차이를 보인다. 초등학교 생활에 대한 준비도가 다른 아동들보다 떨어져 시작부터 뒤쳐지고, 이러한 학습 결손은 학년이 올라갈수록 골이 깊어지고 폭이 넓어져서, 아동 스스로 혹은 각 가정의 도움으로는 해결하기가 어려워진다. 또 부모가 외국인이기 때문에 가질 수 있는 정체성 혼란이나 문화적 충돌, 이른바 집단 따돌림, 가정과 부모에 대한 자신감과 존경심 결여가 자기 비하로 이어져 생활면에도 부정적인 영향을 미친다.
최근 사회적 이슈가 되고 있는 것은 바로 한부모가정이다. 다문화가정의 배우자사망, 폭력과 가정불화, 성격차이 등으로 이혼한 모자가정 등이 증가하고 있다. 지난해 남편과 사별한 뒤 국적 취득을 못해 사회복지 혜택을 받지 못한 한 이주여성이 행정안전부에 민원을 제기한 바 있다. 정부는 뒤늦게 가정 회복 프로그램을 마련해 유사한 사례에 대한 대응책을 마련하고 있지만 여전히 많은 문제들을 안고 있다.
특히 한부모가정 자녀들은 학교 부적응 등 부수적인 문제를 안고 있어 전문적인 교육안전망 구축도 시급한 실정이다. 또한 국제결혼 중에 재혼율이 증가하면서 나타나기 시작한 재혼인 결혼이주민의 자녀문제 역시 심각하다.
반면 이주여성이 결혼 후 자취를 감추거나 고향으로 돌아가는 경우도 적지 않아 일부 배우자들이 아내의 커뮤니티 등을 제한하며 틀에 가두는 문제를 반복하기도 한다. 이를 놓고 전문가들은 우선 다문화 멘토링을 통한 사회적응을 서둘러야 한다고 입을 모은다. “전문적인 강사 확보와 함께 다문화 교육프로그램을 지역사회에 뿌리내리는 일이 시급하다”고 말한다.
법무부는 1999년 재외동포의 출입국과 법적 지위에 관한 법률 제정 이후 재외동포 체류자격(F-4) 대상에서 중국과 러시아 동포들을 제외했다. 하지만 2007년 4월 국내 외국인 체류자격에서 방문취업자격(H-2)을 신설하고 이들에게 5년 동안 자유로운 출입국을 보장했다.
정치—사회 문제로까지 확대되는 재중동포 문제는 결코 간단치가 않다. 브로커 사기피해 등을 방지하기 위해 비자발급을 제한하는 등 외교부와 노동부가 모두 골머리를 앓아왔다. 2008년 하반기에 발생한 세계적인 경제 불황은 국내 일자리 보호로 연결됐고, 동포에 대한 입국제한 조치로까지 이어졌다.
하지만 정부차원에서 이들에 대한 체계적인 정책은 아직 요원하다. 과거 법무부 재외동포과가 사회통합과로 흡수되면서 정책적 이슈에서도 조금씩 멀어지는 모양새다. 법무부는 국적귀화 시범운영 프로그램으로 전국 시도별 다문화센터를 통해 한국어와 한국문화를 가르치지만 절대다수를 차지하는 재중동포를 위한 맞춤형 강좌를 기대하기엔 역부족이다.
재중동포는 의사소통이 가능한 반면 읽기와 쓰기가 안 되는 만큼 일반 이민자와는 다른 별도 프로그램 등이 만들어져야 할 것으로 보인다. 또한 재중동포의 이혼율 증가와 한부모가정, 그리고 가족해체 등이 심각한 사회문제로 대두되고 있어 대책마련도 시급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주노동과 시민권의 확대
고용허가제에 의한 이주노동과 국제결혼에 따른 이민자 증가는 한국사회가 다문화사회로 진입하는 계기를 만들었다. 보통 외국태생인구가 전체인구의 5% 정도에 해당하는 경우 다문화사회에 진입한 것으로 본다. 이에 따르면 한국은 2009년 기준으로 국내 체류외국인의 전체인구 대비 비율이 약 2.2%로서 다문화사회로 보기는 어려우나, 다문화사회로 이행하는 과정에 있다고 할 수 있다. 이 과정에서 이주노동자에 대한 노동권 제한과 이주민에 대한 시민권적 권리의 제한이 문제시되고 있다. 이주노동자는 사업장 변경, 구직기간의 제한 등 실질적으로 노동권의 제한을 받고 있다.
지난해 1월까지 구직기간 제한으로 체류자격을 상실한 이주노동자가 2,448명이나 되는데도, 문제의 근원을 법적 미비가 아니라 이주노동자의 개인적인 취업역량 부족으로 내몰고 있다. 상황이 이러한데도 이주노동자의 권리를 제한하고 사업주들의 권한만 보호하는 위선적 제도인 현행 고용허가제의 독소조항은 폐기되지 않았다. 특히 미등록 이주노동자에 대한 토끼몰이 추방정책은 여전히 한국사회가 인권 후진국이라는 지적을 면치 못하게 한다. 결혼 이주여성이 자신의 이름으로 휴대전화나 카드를 발급받지 못하고 각종 우대정책에 따른 시민권적 권리를 제한받는다는 지적이 많다. 이로 인하여 생활의 불편함은 물론이고 권리의 위축에 따른 행동 제약이 따른다.
다문화가정이 가난의 악순환에 노출될 우려가 많다는 지적은 끊이지 않는다. 데이비드 K. 쉬플러는 『워킹 푸어』(후마니타스)에서 빈곤의 재생산이 이주민을 한층 더`‘가난의 덫’으로 내몰고 있다고 지적한다. 미국 최하층을 형성하는 이주민인 히스패닉, 아시아계, 멕시코, 흑인 등의 계층에서 발생하는 가난은 자발적인 가난과는 거리가 먼, 구조화하고 세계화한 위계질서의 체계화라는 것이다. 분명한 것은 번영의 그늘에는 최하층으로 전락한 이주민의 값싼 노동력이 숨어 있다. 그리고 이들이 받는 대가는 알코올과 마약 중독, 상습적인 폭력, 무주택 상태, 생활 보호라는 생활의 덫과 늪에서 헤어날 수 없다는 절망이다. 다문화사회로 이행하는 한국사회도 예외일 수는 없다.
이러한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무엇보다도 한국 정부가 인간으로서 누리는 권리와 자유를 인종, 국적 등의 차별 없이 행사하는 국제수준의`‘협약’을 채택하고 승인해야 한다. 또한 이주노동자와 이주민에 대한 시민권적 권리에 관한 법 개정이 시급하게 요청된다. 이주의 과정에서 발생하는 다양한 문제는 결국 한국사회의 모든 차별과 연계되어 있다. 따라서 무엇보다 비정규직, 여성, 노동자, 농민, 장애인, 성소수자 등 이 땅의 모든 차별에 저항하는 사람들과 연대가 필요하다.

기획회의 268호